- Reading Report
완독 시간 | about 6 hours |
독서 기간 | 2025.05.01 ~ 2024.05.10 |
난이도 | ●●●○○ |
- Single Sentence Intro
로봇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를 규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로봇은 인간이라는 종의 고유하고 단일한 지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인간들 사이에 설정된 위계를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 Review and Comment
당신에게 AI와 로봇은 얼마나 구체적인 존재인가?
혹시 당신은 내일 당장 GPT가 사라진다해도 괜찮은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멈칫했다면 이미 당신의 삶속에서 AI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꽤나 높을 것이다. 심지어 한국은 GPT 유료 이용자수 2위 국가라는데, 이제는 유튜브보다 지피티가 없는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AI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 조심스럽게 "안녕 지피티?"라고 인사를 건네며 "너 정말 똑똑하다!" 감탄하던 내가, 이제는 "이거 해줘" 명령을 내리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고"라며 호통을 친다. 그만큼 내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AI(정확히는 LLM이지만 넓은 범주에서는 AI에 속하므로 AI라고 칭하겠다.)는 아직 우리가 휴대전화나 모니터 화면을 켜야만 대화를 건넬 수 있다. 2년 전보다 AI가 엄청나게 활성화된 것은 맞지만, 아직도 AI는 우리에게 '똑똑하지만 막연한 가상의 존재'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언론에는 "로봇"이라는 키워드가 AI와 함께 종종 등장중이다. 일명 "Physical AI"라고도 하던데, 여기서 'physical'이라는 단어가 마치 '막연한 고지능의 존재였던 AI가 드디어 인간의 삶에 가시적으로 등장했어요! 이제 만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답니다!'라고 강조해서 선전하는 것만 같다. 점차 덜 넘어지는 것도 신기한데, 이제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우리랑 소통하는 물리적 존재가 되어가는 건 더 신기할 따름이다쇳덩이 주제에..!
이 새로운 존재가 지금의 GPT처럼 당연해지는 세상은 어떨까? 그 사회는 어떤 시스템과 규칙으로 구성될 것이며,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지내게 될까? 물음표만 끊임없이 난무하던 차에 책 「로봇의 자리」를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인간 사회에서 '로봇의 자리'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로봇 혼자서 인간을 구할 수는 없다.
(중략)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이 실패한 곳에 로봇을 들여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무릅쓰고 들어가는 인간에게 로봇을 딸려보내는 것이다.
- 80~81p
로봇은 우리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정도는 될 수 있다.
(중략) 로봇의 권리를 고민할 정도의 사회에서 인간의 권리는 어떤 처지에 있는지 따져보자.
- 37p
지난 5월에 다녀온 AI EXPO KOREA 2025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세미나가 있다. 한양대학교의 한재권 교수님의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세션이었다. 핵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구 절벽이 시작된 사회에서 노동력은 인간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하는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범용 휴머노이드'의 등장이 반복적인 작업이나 위험한 작업에 투입됨으로써 경제성(ROI)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본인은 기피하면서도 필요로 하는 직업군에는 늘 노동력이 부족하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일"을 하는 존재는 있다. 바로 사람이다. 이미 수행 능력이 있는 존재가 있는데 왜 휴머노이드를 필요로 할까? 위험해서? 그렇다면 그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휴머노이드가 투입되는 것보다 시급하고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보자, 사람을 대신해서 위험한 일을 한다는 그 휴머노이드가 우리 사회에 도착하길 기다리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들을 지키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사람을 위한 시스템도 부재한데 로봇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의된 시스템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 시스템은 인간이 만들어야만 한다. 이 로봇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사용되어야하는지 가이드가 있어야 사회에서 서로의 역할이 명확해질테다. 책의 저자도 '인간 같은 로봇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 속에서 각종 임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일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한다(출처: 책 238p).
로봇의 자리는 사람의 자리와 구분되어야하고, 그러려면 사람의 자리를 로봇의 사용자로서 먼저 정의해야 한다. 사용자, 즉 사람은 어떤 역할을 가져야할까? 이번 2025 VivaTech에서 젠슨황의 연설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Human robots are going to be a THING. We now know how to build these things, train these things and operate these things.
(출처: NVIDIA Youtube, 'NVIDIA CEO Jensen Huang Live GTC Paris Keynote at VivaTech 2025')
말 그대로 우리는 로봇들을 만들 수 있어야하고, 훈련시킬 수 있어야하며, 작동시킬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 사용자로서 명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용자들은 엔지니어에 국한되면 안된다. 법을 제정하는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부터 이 로봇을 개인 비서처럼 다룰 개개인까지, 우리 모두가 사용자로서 능력을 갖춰야한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당장의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휴머노이드를 우리 사회에 당연한 존재로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정말 빠르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사회에서 새로운 존재의 자리는 어디쯤일지, 나는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기상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왜 굳이 벌써 생각해야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고민을 하며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로봇과 함께하는 시대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필자는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확장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나는 미래에 어떤 서비스를 만들게 될 것인가' 생각해봤을 때 앞으로 웹이나 앱같은 기존 하드웨어용 서비스가 아니라 휴머노이드에 탑재될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미래는 머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인스타를 보니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을 구매한 사람도 있고, LG이노텍이 미국 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는 기사(출처: 전자신문 '엔비디아가 투자한 휴머노이드의 '눈' LG이노텍이 만든다')도 나왔다. 대량생산의 준비가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 추측한다.
좋은 기획자에 대해 한창 고민할 때 제품의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주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정의내렸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기획자로서 스스로는 로봇에 대해 얼만큼 이해할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도서 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프로그래밍을 배웠던 몇 년 전처럼 일단 부딪혀서 직접 만지작거려봐야하나...
하루하루 이 세계가 무너지지 않고 작동하게 해주는 메인테이너maintainer (중략) 기술을 운용하고, 관리하고, 보수하는 사람을 뜻한다.
-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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